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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 them being good

잘하는 순간 포착하기

10년 전 어떤 교회에서 교육부 자원봉사를 할 때다.  유년부 아이들이 설교 시간에 너무 까부니까 전도사님이 스티커를 꺼내 들고 “자, 지금부터 말 안 듣고 떠드는 사람에게는 얼굴에다가 벌레 스티커를 붙여 줄 거예요. 이거 받고 싶은 사람 손 들어 보세요!!!” 했다.

그러자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하면서 예배실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스티커를 벌로 준다는 발상 자체가 실패였기도 했지만, 스티커를 발부하여 아이들의 부정적 행동에 강화를 주었으니 전도사님이 원했던 결과는 결코 나올 수가 없었다.

얼마 전 6학년 수업을 하는 여교사를 보며 속으로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교사는 아무 신경도 안 쓰는 척 목소리 강약 조절을 해 가며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 만들었다. 몇 분 후 한 남학생이 연필로 책상을 탁탁 치기 시작하자 갑자기  하던 말을 멈추고 단호한 눈빛으로 그 학생을 한 5초간 바라보았다.

온 교실이 조용해지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던 수업을 계속해 나갔다. 재미있는 사진을 몇 장 보여주고 아이들이 또 산만해지자 조용한 목소리로  “I am waiting …” 했더니 반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계속 집중하고 있던 한 아이에게 다가가  “I like the way Jenny is listening attentively.” (제니가 경청을 하는게 너무 좋았어)하면서 스티커 같은 Gotcha 쿠폰을 한 장을 주는 것이다.

그러자 그 쿠폰을 받으려고 모든 학생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젊은 여교사는 단 한 번도 조용히 하라는 말을 하지 않고 25명이나 되는 교실 분위기를 능숙하게 잘 이끌어 나갔다. 반장이 칠판에 “떠든 사람’ 명단을 작성하고, 저녁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숙직 선생님께서 복도를 감독하러 다니던 소위 이름만 ‘자율 학습’인 시대를 살았던 나는 ‘아, 나도 저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부러움과 동시에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는 각오로 집으로 오게 된다.

Class Management Skill 중에 ‘Catch them being good’ 이라는 말이 있다. 학생들이 잘 못 하는걸 보지 않고, 잘할 때를 골라 칭찬해 주는 방법이다. 이론상으로는 무척 쉬워 보인다. 우리 남편도 늘 이론은 100단이다. 그런데 아들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스쿨버스 잘 타고 갈 때는 아무 말도 안하다가  어쩌다 늦잠 자서 허둥지둥 나가면 “ 야 인마, 좀 일찍 자라 일찍… 자식이 요즘 풀어졌어~” 하고 말한다.

교육적으로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말을 등교하는 아이 뒤통수에다 대고  하는거다. 그 순간에 진정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면 “아들, 아빠가 정류소까지 차 태워 줄까?” 하고 물어보면 된다. 물에 빠져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사람을 보면 구명조끼를 찾아서 던져 주어야지 “야! 내가 진작에 수영 배우라고 했지?” 하고 화를 낼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자식한테 잘해 주면 자식을 망친다”고 말한다. 사실은 자식한테 잘해줘서 망치는 경우보다 자식한테 못 해줘서 망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원하는 것을 다 해 주는 것은 자식한테 잘해주는 것이 아니다.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해 주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요구할 때  ‘노’라고 말해주는 것이 자식을 위한 진정한 잘해줌이다.

매 순간순간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공감 능력. 그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  다 알고 쉬워 보이지만 어쩌면 소중한 생명을 낳아서 기르는 부모님들이 평생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김정현 (킴쌤)

Themes Valley 교육청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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