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문대작(屠門大嚼) : 푸줏간 문 앞에서 크게 입을 벌리고 실제 고기를 먹지 않고 씹는 흉내를 내기만 하여도 그것으로 기분이 만족하다는 의미이며, ‘좋아하는 것을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는 비유의 사자성어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회사에서 회식하거나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고기 좀 굽는다 치면 삼겹살이나 목살을 주로 먹었고, 돈 좀 있는 날은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곤 했다. 고기를 안 태우고 부지런히 굽는 것이 나의 취미이자 주특기였기 때문에 항상 고기를 굽는 것은 내 차지였다.
이마트에서 뚜껑이 달린 북미식 조그마한 웨버 바비큐 그릴을 처음 접했던 십수 년 전 어느 날, 연기 나지 말라고 덮는 것인 줄 알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생각 없이 고기를 굽다가 집 안 구석구석 연기가 가득 차서 소방차가 올까 봐 노심초사한 기억도 나고,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고 난 후에는 수제 베이컨을 만든답시고 집안에 온통 돼지기름 범벅으로 난리를 친 기억도 난다.
이러한 재미있는 경험들과 그동안 주워들었던 바비큐와 관련한 많은 이야기 들을 모두 이 지면에 실을 수는 없지만, 뒷마당에 떡하니 캐나다에 온 김에 하나 사다 놓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바비큐 그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활용 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을 보면서 하나하나 따라 하면서 요리를 해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읽기만 하더라도 이미 맛있는 바비큐를 먹은 것처럼 유쾌해지는 글을 써 보자는 의미로 ‘도문대작’이라는 제목을 붙여 본다.
캐나다에 와서 제일 먼저 놀라는 것이 각종 마트의 종류와 규모이다. 홈디포나 월마트, 캐네디언 타이어 같은 곳에 가 보면 각종 바비큐 장비가 가득하다. 한국의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는 구경도 못 하던 많은 장비와 액세서리를 보면 바비큐의 천국에 와 있는 듯해 보이나, 그런데도 내 주변의 캐네디언들이 여름마다 미친 듯이 해 먹는 ‘바비큐’라고 부르는 것은 코스코에서 파는 햄버거나 소시지가 대부분인 듯해 보인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는 단순히 가스 그릴에 마트에서 파는 햄버거를 굽는 것을 넘어서, 원적외선 가득한 차콜 그릴에 훈연 향 가득한 통삼겹살 바비큐, 맥주의 수분이 촉촉하게 가슴살로 밴 비어캔치킨, 축제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등갈비, 냉동이 아닌 진짜 훈연한 훈제연어 등 정말로 그럴듯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바비큐는 절대 패스트푸드, 정크 푸드가 아니다. 좋은 재료로 이것저것 준비하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훈연과 쿠킹하는 시간만 아무리 짧아도 두 세시간은 족히 되니 정성이 가득한 슬로우푸드의 대명사라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는, 바비큐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향신료, 양념에 대한 용어 및 각종 생소한 용어들의 설명으로 시작해서 뒷마당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바비큐 레시피, 집에서 건강하게 만들어 먹는 수제 햄, 베이컨 등, 한국 아파트에서 차마 시도하지 못했던 바비큐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