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 숯 (럼프 혹은 브리켓), 침니스타터, 라이터(가스 토치 혹은 가스스토브), 잘 말린 솔방울(키들링, 신문지, 착화 알코올, 혹은 착화탄), 숯 집게(tung)
요리는 불과의 싸움이다. 숯에 불을 붙이기도 어렵고, 고기를 굽는 동안 계속 유지하기도 어렵고, 불을 끄기도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쉽고 편한 가스 그릴을 선호한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이 어려운 숯불을 잘 이용하면 아주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동네마다 여럿 있는 고깃집을 가면 숯을 가지런히 담아 새빨간 불을 피워서 밥상에다가 가져다주곤 했으나, 여기서는 그런 대접을 받을 수 없으니 직접 할 수밖에.
숯이나 브리켓에 불을 붙이는 데는 아주 간단한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불을 붙이되, 작은 불을 이용해서 큰불을 만들어야 하고, 아래쪽에 불이 어느 정도 붙은 후에는 숯을 뒤집어 가면서 숯 전체가 불이 붙어서 전체 표면이 하얗게 된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낮은 온도에서는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이니 숯이나 브리켓 전체가 하얗게 되어 온도가 높아질 때 요리에 이용하도록 하자. 마찬가지로 고기를 굽다가 추가로 숯이 필요하면 고기를 굽는 그릴에 생 숯을 넣기보다는 여분의 숯 통에 따로 불을 붙여서 준비하는 것이 연기를 줄이고 온도를 올리기 때문에 좋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불을 붙이기 위해서 사용한 파라핀이나 착화탄은 요리에는 사용하지 말고 숯만 따로 꺼내서 사용해야 한다.
가장 쉬우며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착화재는 솔방울이다. 솔방울은 기공이 많고 표면적이 넓어서 며칠만 말려도 불이 아주 잘 붙은 천연 착화재가 되며, 커다란 소나무 밑에는 이미 바짝 말라버린 솔방울이 잔뜩 있으니 지나다니는 길에 주워서 잘 보관해 두었다가 사용하면 된다. 솔방울이 없다면 잘게 쪼갠 키들링 나무나 착화탄, 혹은 신문지를 잘 말아서 사용하거나 숯에 착화 알코올을 직접 뿌려가면서 써도 되고, 토치를 이용해도 되지만, 불을 붙이는 데 힘을 너무 많이 빼면 안 좋다.
그릴 위에서 바로 불을 붙이지 말고, 따로 공기가 잘 통하는 숯 통을 이용하거나 시중에 파는 침니스타터를 사용하면 불을 붙이기가 더 수월해진다. 그릴은 불구멍을 막아가며 차콜이 적당히 타도록 설계가 되어 있지만, 침니스타터는 굴뚝효과를 이용해서 가만히 놔두어도 공기가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흐르게 되어 마치 송풍기를 이용해 바람을 불어주듯 최대한의 공기 흐름으로 불을 붙일 수 있다. 바닥에 솔방울을 몇 개 깔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후, 숯이나 브리켓을 조금 놓아주는데, 처음에는 너무 많이 넣어서 공기가 통하는 길을 막지 말고 불이 어느 정도 붙으면 원하는 양을 투입해 준다.
절대로 일이 분 만에 활활 타오르지 않는다. 불이 붙어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인내심을 가지고 이삼십 분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불이 잘 붙어서 타오르고 있을 것이고, 불이 잘 붙은 후에는 원하는 양 만큼의 숯이나 브리켓을 추가해 주고, 또한 앞서 이야기 한 대로 뒤적거려서 맨 위의 숯을 뒤집어서 숯의 모든 면이 하얗게 덮일 때까지 놔둔다.
불이 잘 붙었으면 숯이나 브리켓을 그릴로 옮겨주는데, 통째로 들이붓지 말고, 여유 있게 한 개씩 숯 집게로 집어서 옮겨주는 것이 재가 날리지 않고 좋다. 가능하다면 그릴에 넣을 숯 통을 준비하면 요리할 때도 불을 옮기기에 편하다. 캐나다에서는 charcoal basket 또는 charcoal fuel holder라고 판매하고 있다.
불을 올릴 준비가 되었으면, 동그란 그릴의 어느 위치에 놓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직화구이를 하려면 당연히 가운데 놓고 구워 먹으면 되지만, 통삼겹살 등의 간접 구이를 할 경우에는 차콜을 바깥으로 위치시키고, 요리할 고깃덩어리를 가운데 위치시킨다. 이 경우 고기의 아래에는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으로 된 drip pan을 놓아서 떨어지는 기름을 따로 받아내어 그 기름에 불이 붙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물론 drip pan에 물을 넣어 놓으면 요리하면서 수분이 공급되기 때문에 부드러운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지만, 그 수분 때문에 그릴 내부의 온도는 많이 높일 수 없음을 기억할 것.
이제 실전으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을 이용해서 두 가지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직화구이 삼겹살과 간접 구이 통 삼겹살.
직화 삼겹살 굽기
흔히 많이들 하는 이야기가 삼겹살은 직화구이로 먹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은은한 숯 향이 밴 삼겹살은 맛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삼겹살의 기름이 숯으로 떨어지면 순간적으로 숯의 온도는 낮아지고 떨어진 부위의 숯은 불이 꺼지게 된다. 하지만 곧 그 옆 부분의 뜨거운 온도에 의해서 기름이 떨어진 곳의 온도가 올라가며 그 기름에 불이 붙게 되고, 그 기름은 낮은 온도로 인해 불완전연소가 되며 검은 그을음을 내뿜고, 고기에 그을음이 붙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백탄 같은 높은 온도의 숯불을 사용해서 고기 기름이 떨어져도 숯불이 꺼지지 않고 흰 연기를 살짝 내뿜게 하던지 (흰 연기는 숯이 타면서 수분과 결합한 것으로, 이도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기름이 탄 그을음보다는 낫다) 아예 기름에 불이 붙지 않게 스프레이 등으로 숯에 물을 뿌려서 온도를 적당히 낮추어 적당한 열로 숯만 태우는 방법이 있다. 혹은 기름이 떨어지면 고기를 불이 붙지 않는 곳으로 옮겨가며 부지런히 구워도 된다.
조금 어렵지만 또 한 가지 방법은, 뚜껑이 있는 그릴을 이용하여 뚜껑을 덮어주면 산소의 유입이 꽤 차단되기 때문에 불이 붙어 올라오지를 않는다.
그릴의 위아래에 있는 공기조절 구명을 잘 활용하면 되는데, 아래쪽은 공기가 유입되는 곳이고, 뚜껑에 붙은 구멍은 공기가 배출되는 곳이다. 구멍을 막으면 산소가 줄어들어 그릴 내부의 온도는 낮아지고, 구멍을 활짝
열면 산소가 공급되며 연소가 활발해져 그릴 내부의 온도는 높아진다. 그릴 내부를 볼 수는 없어 불안하지만 확인한다고 다시 뚜껑을 열면 순간적으로 산소가 유입되어 불이 갑자기 확 오르니 가급적 뚜껑을 닫은 채로 어느 정도 기다리는 것이 좋다. 뚜껑을 열지 않는 한 불은 활활 타오르지 않고 숯은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캐나다에서 백탄을 구하는 일은 힘드니, 삼겹살을 숯불에 직화로 구워 먹을 때는 꼭 위의 내용을 기억해서 직화구이 그릴링에 성공하길.
중국 마트나 베트남 마트에서 산 덩어리 삼겹살은 얇게 자르지 않고, 자르기 쉬운 정도의 덩어리로 잘라서 통으로 구운 후에 다시 자르면 훨씬 수월하게 잘린다.
통 삼겹살 굽기
물론 직화구이 삼겹살이 맛있지만, 뚜껑이 있는 그릴을 샀으니 바비큐의 새로운 면목을 볼 수 있는 간접 구이 통삼겹살도 시도해 보자.
잘려 있는 삼겹살도 팔긴 하지만, 대부분의 아시안 마트에서 파는 삼겹살은 껍질도 붙어있고 크기도 상당히 크다. 이 삼겹살을 2인치 이상의 두께로 썰어서 통으로 준비하고,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 대로 시즈닝을 이용하여 럽(Rub)을 하여 준비한다. 아직 특별한 시즈닝이 없다면 소금 후추만으로 럽을 해 주어도 충분하다.
간접 구이에 제일 중요하고 필수적인 훈연(Smoking)을 위하여 시중에 파는 훈연제를 준비한다. 잘게 쪼개진 훈연
칩(Chip)을 준비했다면 훈연 박스에 넣으면 되고, 훈연 목인 청크(Chunk)를 준비했다면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시간이 된다면 하룻밤 정도 물에 불려주는 것이 좋다.
그릴의 양쪽 가장자리에 불이 잘 붙어서 하얗게 표면이 덮인 브리켓을 위치시키고, 석쇠(cooking grate)를 올리고 뚜껑을 덮어서 고기를 넣기 전에 그릴의 온도를 200도 이상으로 높여준다. 석쇠는 항상 깨끗하게 닦아서 보관하는 것이 좋으나, 현실적으로 매번 그럴 수 없으니, 고기를 굽기 전 그릴을 예열할 때 브러시를 이용하여 찌꺼기들을 긁어내서 준비한다.
그릴의 온도가 올라가고 석쇠 청소가 되었으면, 잘 불린 훈연 목이나 훈연 칩이 들어간 훈연 박스를 불 위에 바로 올려주고, 석쇠의 가운데에 통삼겹살을 껍질이나 비계가 위 방향으로 하여 올린다.
훈연제는 고기가 익기 전 30여 분 정도 고기의 표면에 침투하여 풍부한 향을 고기에 더 해 주고, 고기의 내부 색을 불그스름하게 하여 먹음직스럽게 해 준다. 초반에는 이 훈연제로 인해 연기가 많이 나며 고기로 침투하지만, 어느 정도 고기의 표면이 익어버리면 더는 훈연향은 고기에 배이지 않음으로 너무 연기가 심하게 나면 훈연제를 꺼내 주어도 된다.
섭씨 200도의 온도를 유지하며 두시간 정도 쿠킹을 해 주면 되는데, 고기의 크기와 주변의 온도에 따라서 쿠킹 시간은 달라지니 처음에는 탐침형 온도계를 준비하여 삼십 분에 한 번 정도 고깃덩어리의 심부를 쿡 찔러서 온도를 확인해 보고 심부의 온도가 75도가 되었을 때 쿠킹을 마치면 된다.
아이들 입맛을 위해서는, 쿠킹을 끝내기 30분 전부터 수시로 바비큐 소스를 베이스팅(basting) 해 주면 새콤달콤한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뜨거운 그릴에서 쿠킹을 마친 통삼겹살은 바로 먹지 말고, 쉬는 시간을 좀 가져야 하는데, 이를 레스팅(Resting)이라고 한다. 적당한 용기나 쿠킹포일로 통삼겹살을 느슨하게 감싸서 온도나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하고, 높은 온도에서 쿠킹하면서 가운데로 몰린 지방과 육즙(Juice)이 전체적으로 퍼져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한다. 레스팅 없이 바로 썰게 되면 이 육즙이 바깥으로 많이 흘러나와 고기의 맛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통삼겹살 뿐 아니라 모든 고기에 동일하게 해당하며, 스테이크의 경우에는 5분~10분 정도, 통삼겹살의 경우에는 20~30분 정도의 레스팅이 필요하다.
레스팅 하는 동안 플레이팅을 준비하고 애피타이저로 식사를 시작하면서 레스팅이 끝날 때 즈음 보쌈 고기처럼 썰어주는데, 가급적이면 얇게 써는 것이 기름 많은 고기를 먹을 때 덜 질릴 수 있다. 썬 고기는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여 김치와 함께 먹으면 훈연 향이 깊게 밴 환상의 통삼겹살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