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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블레어의 소소한 일상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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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가을, 안녕

캐나다의 긴 겨울이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유독 짧게 느껴지던 이번 단풍국의 가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아이엘츠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캐나다에서 공부나 이민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아이엘츠라는 산을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데요, 낯선 환경은 우리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기 위해 영어 성적이라는 qualification 요구하기도 합니다. 영어 수업이 아닌 영어 시험공부를 오랜만에 하려고 하니 시작하기부터 힘들었지만, 잘 마치고 난 지금은 참 후련하고 기쁘기까지 합니다.

아이엘츠(IELTS) 정복기

제가 아이엘츠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영어 공부가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영어권 국가에 살고 있긴 하지만 학업이나 일을 하는 중이 아니기에 영어를 쓰는 빈도수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적어 영어가 늘지 않아 답답해하던 중, 시험이라는 굴레에 스스로 들어가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공부하던 때와 다르게 역시 시험은 압박감을 주기도 하고 저를 몇 주간 수험생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꽤 비싼 아이엘츠 시험비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부하면서 제게도 나름의 요령이 생겼는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낯설었던 이 시험이 문제를 풀면 풀수록 제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토익이 한국적이고 토플은 학문적이라면, 아이엘츠는 조금 더 실용적이라 그런 기분이 들었나 봅니다. 아이엘츠로 뜨거웠던 지난가을을 회상하며 이번 달에는 제가 공부하면서 배웠던 지극히 개인적인 ‘아이엘츠 꿀팁’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블레어의 아이엘츠 꿀팁 3가지>

1) 좋은 가이드를 만나라

아이엘츠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기본서, 학원, 인강(인터넷 강의) 등 가이드를 통해 아이엘츠에 대한 전반적인 ‘맥’을 한번 짚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대학을 다니면서 토익, 토플, 토스 등 웬만한 영어 시험공부는 능숙하게 해본 경험이 있고, 영어학원에서 강사 활동도 하며 꽤나 영어를 공부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접하는 아이엘츠만의 시험 유형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더군다나 미국식 영어 단어와 발음에 아주 익숙해졌던 터라 처음 듣기 문제를 풀고는 부끄러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서를 통해 아이엘츠 시험이 무엇인지 먼저 공부하고 나니 시험을 가장 효율적인면서도 효과적으로 공부할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시험 자체에 대해 배우고 시작하는 것과 그냥 모의고사를 먼저 보며 스스로 돌파하는 것에는 조금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준비하는 개개인의 공부 방법에 따라 시작도 달라지겠지만, 저의 경우 인강을 들으며 아이엘츠 전반에 대해 먼저 공부했습니다. 아이엘츠 시험에서는 초보자였지만, 그동안 나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온 덕분에 다행히도 인강 기초강의만으로도 충분히 아이엘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아이엘츠 인강으로 제일 유명한 줄리정 선생님의 기초강의를 수강했는데요, 책도 한국으로부터 공수해 약 한 달 동안 먼저 인강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강 수강을 마친 이후에는 캠브릿지 아이엘츠를 최신 본부터 풀었는데,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면서 최대한 많은 유형을 익혔습니다.

한국식 영어 교육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지만, 저는 시험 준비에서는 한국 스타일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식 문제 풀이 ‘스킬’을 알고 시험을 대한다면, 장단기적으로 성적이 오르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아이엘츠 역시 아이엘츠만의 스킬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스킬은 타인으로부터 검증된 것을 배우는 편이 좀 더 효율적인데, 기본서 공부가 바로 이 스킬을 익히는 시간입니다. 아무리 독해 내용을 이해했더라도, 리스닝 대화의 주제를 들었더라도 문제에 답을 하지 못하면 어떤 의미가 없습니다.

2) 아이엘츠는 암기다.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께서 ‘수학은 암기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이 문구가 영어 공부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언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편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이 방법으로 언어를 배우길 원합니다. 하지만 아이엘츠는 언어 그 자체라기보다는 영어라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 ‘시험’입니다. 즉 시험에는 ‘암기’가 필수입니다. 언어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주지만, 시험은 절대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필수적인 노력이 바로 ‘암기’입니다. 특별히 정해진 시간 내에 목표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더욱더 열심히 암기해야 할 것입니다. 시험 비용 자체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준비하는 시간 자체 늘어나는 것은 또 다른 비용 발생을 의미합니다.

보통 외국에 살다 보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하진 못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터득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영어 실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표현력에서 발생하게 되죠. 아무리 상대의 말을 잘 이해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상대와 나 모두 답답함을 느끼게 될 때가 많습니다. 동일한 문제가 아이엘츠 공부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말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심지어 유창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러 주제를 ‘외국어’로 이야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Tourism industry’라는 표현을 보았을 때 ‘관광산업’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반대로 관광산업을 영어로 표현하려고 하면 순간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아이엘츠를 공부할 때 가장 최선을 다해야 하는 파트가 바로 ‘단어’입니다. 언어의 전 영역에서 기본 바탕이 되는 단어가 부족하다면 아이엘츠의 4가지 시험 영역을 정복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무리 쉬운 단어라도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tourism industry는 단어 하나씩만 놓고 보면 너무나 쉽지만, 막상 둘을 함께 떠올리기는 비기너에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아이엘츠는 주관식을 좋아하는 시험이라 스펠링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많은 응시자가 February, Wednesday, twentieth 같은 기본 단어 문제에서도 높은 오답률을 보인다고 합니다.

아이엘츠는 기본적으로 paraphrasing을 좋아하는 시험입니다. Paraphrase란, 한 단어의 반복을 피하고자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히 아이엘츠 리스닝과 리딩 시험에서는 이 paraphrasing을 얼마나 잘하는지 묻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아무리 평소에 단어를 많이 암기하고 있다 하더라도 품사의 다양한 형태와 유의어 등을 공부해두지 않는다면 아이엘츠에서 고득점을 받기 어렵습니다.

3) 연습도 실전처럼

공부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살면서 공부를 가장 간절히(?) 했던 고등학교 때가 자꾸 떠오릅니다. 당시를 회상해보니 내신 시험도 그렇지만,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면 정말 진이 빠졌던 것 같습니다. 모의고사는 수능과 유사한 시간표로 진행되다 보니 개인적으로 공부할 때 보다 큰 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엘츠에도 이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정확하기 맞추고 실전과 동일하게 시험에 응시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또 시험장에서 맞이하게 될 상황을 미리 알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시험장에서 제가 겪었던 일 이자, 여러분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상황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키치너 워터루 지역의 아이엘츠 시험장은 우리에게 친숙한 ‘코네스토가 컬리지’ 입니다. 시험장에는 8시 15분까지 도착해야 하며, 신분증(여권)과 시험에서 사용할 필기구(연필, 지우개, 연필깎이)를 제외한 모든 개인 소지품은 물품보관소에 보관해야 합니다. 시험에 꼭 필요할 것 같은 샤프팬슬이나 손목시계, 필통 등도 소지할 수 없으며 심지어 물병도 투명한 병만 가능합니다. 물품 보관 후 아이엘츠 사무소에서 시험 등록(registration)의 과정을 거친 뒤 시험장에 입실하게 되는데,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시험장에 입실한 이후에는 절대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점인데요, 그 때문에 시험 등록을 너무 서두르지 않고 시험 시간이 임박해 등록한 뒤 시험장에 입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험장에 입실한 후에는 듣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절대 화장실에 갈 수 없으며, 시험 감독들도 이 부분에 있어 생각 이상으로 엄격합니다. 하지만 emergency 상황에는 화장실에 갈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시험은 리스닝, 리딩, 라이팅, 스피킹 순으로 진행되는데, 단체 시험을 보는 라이팅까지 와는 달리 스피킹 시험은 시험관과 응시자가 1:1로 만나는 시간이기에 개별적으로 시험 시간이 부여됩니다. 그런데 이 시간은 복불복이라, 저희 신랑처럼 운 좋게 라이팅 시험이 마치자마자 시험을 볼 수도 있지만, 저처럼 모든 응시자가 다 떠난 제일 마지막에 시험을 보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이때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시험을 마치고 식사할 요량으로 끼니를 챙기지 않았더니 스피킹 시험 시간인 5시에 저는 정말 녹초가 되었습니다. 스피킹 테스트를 보기 전에 간단히라도 식사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생각보다 스피킹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집니다.

아이엘츠, 너와 나의 연결고리

단순히 영어 공부의 방도로 시작한 아이엘츠이기에 이것이 제 인생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이 시험공부를 시작으로 영어 공부에 박차를 가하게 된 저를 발견했기에 저 스스로에게는 비용적으로, 또 시간상으로 의미 있는 투자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또 해리포터에 머물러있던 영국 영어에 대한 관심도 더 커져서 앞으로 영어를 더 다양한 방향으로 경험할 것 같습니다. 아이엘츠 리스닝을 위해서라도 신랑과 EPL 현지 중계도 열심히 봐야겠습니다. 아이엘츠 시험은 많은 관문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됩니다. 아카데믹 시험을 통해 캐나다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제너럴 시험으로 영주권과 취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혹시 아이엘츠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이 시험이 여러분께도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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