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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Sharing

나누기

로버트 먼치(Robert Munch)라는 아동 작가가 있다. 그가 쓴 동화들은 워낙 유명하고 재미있어서 캐나다 초등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We share everything’이라는 책에서는 유치원생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무엇이든 먼저 하겠다고 싸운다. 그럴 때마다 천사 같은 담임선생님이 나타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We are in Kindergarten; in kindergarten we share everything.” (여기는 유치원이야. 유치원에서는 모든 걸 사이좋게 나누며 지내야 해)라고 말한다. 결국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가 셔츠도, 신발도, 바지도 다 바꿔 입고  “We Share Everything!!!”이라고 말하면서 끝이 난다는 흐뭇한 이야기다.

나눈다는 것. 참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꼭 돈이나 음식같이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 좋은 친구를, 과외 선생님을, 배려하는 마음을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나누는 것이다.

1999년. 처음으로 교생 실습을 하러 갔던 2학년 교실에서 한 남학생이 혼자서 Group Work를 다 했다는 이유로 담임 선생님께 혼나는 것을 보았다. 큰 문화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했다고 하마터면 칭찬해줄 뻔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역할분담을 하지 않아서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5시간을 자면 실패하고 4시간을 자면 성공한다, 친한 친구를 밟고 올라서 성공하는 ‘여고 괴담’ 같은 이야기를 듣고 살아 온 나는 “교육은 결국 좋은 시민(Good Citizen)을 양성하고 함께 잘 사는 것 (Living Together)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동료 교사의 말에 늘 반발했었다. 이제는 캐나다에서 교사가 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내게 최근 오신 한국분들이 질문한다.

“캐나다 애들은 왜 6학년이 구구단도 못 외우고 계산기를 사용하나요?”

“캐나다는 선진국인 줄 알고 왔는데 너무 후진국이에요. 아파서 병원에 가도 주사 한 대 안 주고 어디든 가면 너무 오래 기다리고… 정말 한국만큼 살기 편한 나라가 없네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간혹 로버트 먼치의 책에 나오는 유치원생들처럼 싸우기도 한다. 아이들 문제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떠도는 소문 때문에…

“캐나다 초등교육은 아직도 Sharing(나누기), Helping each other(서로 도와주기), Treat other people the way you want to be treated(다른 사람에게 내가 받고 싶은 것처럼 대해주기) 같은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둡니다.

구구단을 잘 외우고 항생제 주사를 맞혀 빨리 낫게 하는 것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영재 판정이 나도 영재 교육을 거부하거나 꼭 필요하지 않다면 주사를 원치 않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같은 내 허접한 대답에 공감하실 분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먼치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한인들도 치마도 신발도 양말도 모두 바꿔 입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We share everything!!!”을 외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정현 (킴쌤)

Themes Valley 교육청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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